오늘복음묵상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는 베드로, 요한과 더불어 예수님께 가장 총애를 받던 제자였습니다.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변모하실 때에,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실 때에 이 세 제자와 함께 동행하셨다고 증언합니다. 이토록 예수님의 총애를 받던 제자였지만 오늘 복음에서 야고보는 자기 어머니와 동생 요한과 함께 예수님께 엉뚱한 청을 드립니다. 예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 하나는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혀 달라고 청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사형 선고와 죽음, 그리고 부활을 예고하시자마자 이런 청을 드린 것을 보면, 그들이 예수님을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었는지가 드러납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열 제자가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긴 것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엉뚱한 요구를 기꺼이 받아들이시고, 그들이 청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 주시며, 그것을 위하여 그들이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알려 주십니다. 바로, 당신의 나라에서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당신께서 드시려는 잔, 곧 당신께서 걸으셔야 할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할 뿐만 아니라,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는 봉사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기꺼이 당신의 목숨을 내어 바칩니다. 아그리파 1세는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려고 44년경, 곧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뒤 10여 년 뒤에 요한의 형제인 야고보를 예루살렘에서 참수형에 처합니다(사도 12,1-2 참조). 이렇게 야고보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음으로써, 그토록 바라던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