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우리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 익숙하기에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왜 마르타가 꾸중을 들을까?’ 생각합니다. 마르타는 열심히 일하는데 마리아는 앉아서 놀기만 하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야기 흐름을 통하여 등장인물 중 누가 옳은지를 보여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마르타가 너무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한다고 하시며, 마리아가 좋은 몫을 택했다고 하십니다. 이 말씀을 바탕으로 오늘 복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르타의 문제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성경에서 주님을 맞아들여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은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집에 모신 인물은 마리아가 아니라 마르타입니다. 그런데 마르타는 주님을 초대해 놓고서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 그분의 말씀을 듣는 데 집중하지 않고, 온갖 시중드는 일에 ‘분주’합니다. 분주하다는 표현은 마르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암시해 줍니다. 이에 반하여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성경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1독서의 아브라함도 마르타처럼 주님을 맞아들인 뒤 주님과 그분 천사들의 시중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르타와 달리 아브라함은 주님 곁에 머물며 시중을 듭니다. 그리고 그분 말씀에 귀 기울이며 공손히 답합니다. 제1독서에서 주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은 천막 안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던 사라였습니다.
성경의 관심에서 벗어나 개인적 관점에서 ‘말씀만 듣고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마리아가 정말 잘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 의문으로 복음의 초점을 흐려 놓아서는 안 됩니다. 오늘 복음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개미 마르타와 베짱이 마리아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님과 가까운 자리에 머물며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