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당신 이름이 ‘야훼(에흐예)’, 곧 ‘있는 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야훼를 글자 그대로 번역하자면, ‘나는 있을 것이다.’ 또는 ‘나는 있다.’입니다. 이 낱말은 명사가 아니라 있음, 곧 존재를 나타내는 동사입니다.
이름은 단순히 그 사람에게 붙여지는 의미 없는 낱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또 어떤 사명을 지니고 있는지를 알려 줍니다. 하느님의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야훼’라는 이름은 하느님의 특징, 곧 ‘우리와 함께 항상 계신 분’, ‘아브라함 때도, 이사악 때도, 야곱 때도 계셨으며, 이스라엘 백성들, 더 나아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도 늘 함께 계셔 주시는 분’이라는 특징을 잘 드러내 줍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억압받고 있을 때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하느님께서 침묵하고 계시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참으로 그들과 함께 계시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계셨음을, 당신이야말로 참된 ‘야훼’이심을 알려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분이라고 밝히시며 당신의 멍에를 메고 당신에게서 배우라고 권고하십니다. 여기서 ‘온유하다’라고 번역한 그리스어는 ‘프라위스’입니다. 이 낱말은 본디 히브리어 ‘아나빔’(가난한 이들)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하느님과 이웃 앞에서 자신을 철저히 낮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온유함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온유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온유한 이들은 땅을 차지할 것입니다(마태 5,5 참조). 곧,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해 주셨던 그 땅, 하느님 나라를 얻게 될 것입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