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제1독서에서 파라오의 딸은 물에서 건져 낸 아이의 이름을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 냈다.”라는 의미로 “모세”라고 부릅니다. 모세 입장에서 볼 때 ‘건져 내어진 이’라는 의미를 지닌 ‘마수이’라는 이름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그러나 파라오의 딸은 무의식적으로 ‘건져 내는 이’라는 뜻을 가진 “모세”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모세는 이 이름처럼 이스라엘 백성을 홍해 바다에서 건져 내는 역할을 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모세가 구출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가 바로 파라오의 딸이라는 점이 참 역설적입니다.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이 자기 땅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데, 그의 딸이 모세를 구출해 냄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땅을 떠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더 나아가 파라오 역시 모세를 죽이려 하지만, 이 때문에 모세는 광야로 나가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코라진과 벳사이다, 카파르나움을 꾸짖으십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 특히 카파르나움은 예수님의 활동 중심지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많은 기적을 경험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예수님께서 가장 많은 기적을 행하신 곳이 그곳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예수님을 믿고 따르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니, 믿음은 예수님 말씀을 많이 듣는다고, 또 그분이 일으키는 기적을 많이 본다고 생기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자주 경험하지만, 믿음은 파라오 같은 사람을 만나 극도의 어려움을 겪을 때 더 강해지나 봅니다. 어려움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에 대한 믿음이 굳건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십자가에 매달릴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을 진정으로 만나고 참된 부활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를 두고 우리는 신앙의 역설이라 부릅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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