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에서 요셉을 알지 못하는 이집트의 새 임금은 자기 백성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지혜롭게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자신들에게 큰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에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강제 노동을 시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억압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번성하고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하느님 계획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구약 성경에서 ‘지혜롭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보니 파라오는 모든 것을 참 지혜롭게 대처한 듯합니다. 왜냐하면 파라오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말씀, 곧 “너의 후손은 …… 그들의 종살이를 하고 학대를 받을 것이다.”(창세 15,13)라는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라오는 자신도 모르게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라오는 마지막까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 속에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서로 갈라서게 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집안 식구가 서로 원수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가족끼리 싸우라는 말씀이 아니라, 우리를 주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면 가족이라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사실,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을 마지막까지 지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다만, 자기 가족만을 위하여 예수님을 버린다면, 진리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마저 죽음에 빠트리는 일이 됩니다. 이렇게 보니 오늘 복음은, 가족을 진정 사랑하는 길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여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주님의 뜻에 따라 살도록 이끄는 것임을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