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둘러선 군중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가라’고 명령하십니다. 기적을 보고 당신께 밀려든 사람들 앞에서 제자들이 우쭐대지 못하게 하려고 그러셨을까요? 그때 율법 학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기적을 목격한 그는 예수님을 스승님으로 모시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당신은 머리 기댈 곳조차 없는 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굴이나 보금자리를 가지는 짐승과 달리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은 불확실한 유랑 생활에 몸을 맡겼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세상의 인정과 행복을 뒤로하고 스스로 불확실한 세계 속으로 들어선 이들로, 하느님 외에는 다른 어떤 것에도 의지할 곳이 없는 이들임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이 끝나자마자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어떤 이가,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고 당신을 따라나서겠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당신을 따르라 권고하십니다. 이는 부모가 죽어도 제사를 지내면 안 된다거나, 부모를 공경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당신을 따라나서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그 무엇이든 피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대충 쉽게 가르치심으로써 되도록 많은 이들을 제자로 만들려 하지 않으시고, 모든 것을 버리고 철저히 하느님께 의탁하는 이들만 참제자로 받아들이십니다.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하느님께 철저히 의탁하는 의인 열 명, 아니 단 한 명만 있어도 세상 파멸이 오지 않으리라고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창조 이래로 세상 종말 때까지 하느님께 철저히 의탁한 의인으로, 우리를 파멸에 빠지지 않도록 해 주시는 분이 한 분 계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