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분단과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은 한국 교회는 오늘을 처음에는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였다가, 이제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위치상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과연 이 땅에 화해나 평화가 가능하기나 할지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정치적 논리와는 다른 신앙의 논리를 따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민족이 화해와 일치의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바로 마음을 모으는 것과 용서하는 일입니다.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들어주시겠다고 하시면서, 형제를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용서입니다. 개인 사이에서나 단체 사이에서나 용서를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용서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 안에는 상처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상처를 치유하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용서에 있습니다. 용서해야 하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하여 용서해야 합니다. 용서를 통해서 그 상처가 치유되었을 때만, 내 안에 기쁨과 평화를 찾을 수 있고, 화해와 일치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는 이 깊고도 오래 된 상처가 치유되고, 서로 화해하고 일치하도록, 우리가 먼저 용서하려고 노력하면서 주님께 치유의 은총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이성근 사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