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구약 시대의 마지막 예언자라고 불립니다. 하느님께서 정하신 구원의 결정적인 순간에 주님께서 오실 길을 닦고 준비한 분으로서, 구약과 신약을 잇는 연결점이 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마르코 복음에 따르면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고 합니다. 낙타 털옷은 아주 거친 옷이었기에, 그의 옷차림이나 음식이 아주 소박한 것이었음을 뜻합니다. 그가 살았던 광야 역시 인간들 사이의 혼잡과 소음을 벗어나 하느님을 찾는,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신 장소를 뜻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이런 모습은 구약의 엘리야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당시의 유다인들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실 종말의 날 직전에 엘리야가 다시 오리라고 믿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바로 종말에 와야 하는 예언자임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선포한 것은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 선포에 응답하여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한이 자신들이 기다려 온 메시아가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가졌지만, 세례자 요한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마르 1,7-8)라고 이야기합니다.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철저하게 자신의 사명과 위치를 자각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은, 성인의 위대함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 남아 있는 세례자 요한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주님을 세상에 알려야 하겠습니다.(이성근 사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