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으시는 하느님
 

박진성 신부 / 다대성당 주임
 

   날이 저물어갈 때쯤 지난 하루를 성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만난 ‘너’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떠올림 안에서 ‘나’는 ‘너’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혹은 왜 만나게 되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였느냐?’였습니다.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니 ‘너’ 앞에 있었을 때 내가 어떤 반응을 보였고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등 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너’와 만나 무엇인가를 하고 있고 이 과정을 통해서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통해서 ‘나’를 알아갑니다.

   세례를 통하여 시작된 하느님과의 만남도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느님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왜 세례를 받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닌 듯합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물음이 우리를 하느님과 관계 맺게 해주는 원천이 됩니다.

   이와 같은 하느님과 관계 맺음의 여정 중에 오늘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소개받습니다. 내 앞에 계시는 분이 삼위일체 하느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왜 삼위일체를 이루고 계시는지 어떻게 삼위일체를 이루시는지는 잠시 옆으로 미뤄두려고 합니다. 그렇게 ‘어떻게’와 ‘왜’를 미루고 앞에 계신 삼위일체 하느님을 바라보면 성부, 성자, 성령께서 나와 무엇을 하시려 했는지가 보입니다. 그것은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나를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 사랑은 창조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사랑은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십자가 위에서 증명되었고 이제 성체 안에 남겨져 있습니다. 그 사랑은 영원한 것이어서 우리의 보호자, 협조자로서 우리와 지금 함께 하십니다.

   이러한 삼위일체 하느님과 관계 맺음은 이제 ‘나’를 확인하게 해 줍니다. 부족하고 나약하지만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서로 나누시는 사랑 안으로 초대받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또한 내가 만나게 될 이웃과 공동체를 사랑하라고 재촉받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관계 속에 계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관계 안으로 초대하시는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나와 너, 나와 공동체, 나와 하느님, 우리는 관계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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