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2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부활하시고 성령을 보내주신 예수님은 누구이며 또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복음에서 날이 저물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군중을 돌려보내시라고 말하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13)
아라비아의 신비가 사디가 전한 우화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깊은 숲속을 걷던 한 수행자가 네 다리가 전부 없는 여우를 보았습니다. 그는 그 여우가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여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서 호랑이 한 마리가 포획물을 입에 물고 와 자기 배를 채우고 나더니, 나머지를 여우를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다음 날도 신은 같은 방식으로 여우가 굶주리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수행자는 깨달았다는 듯이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나도 구석에 가만히 앉아 신의 사랑만 믿으면 내게 필요한 것을 모두 주시겠지?” 그는 그대로 몇 날 며칠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 죽어갈 지경이 되었을 때, 그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 그릇된 길로 들어선 자여, 진실을 향해 눈을 떠라! 내가 너를 이 자리로 이끈 것은 하릴없는 여우 흉내나 내라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를 본받으라는 것이었느니라.”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호랑이에게 포획물을 얻을 힘을 주셨듯이, 우리에게도 이미 그러할 힘을 주셨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몸’은 인간관계를, ‘피’는 생명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곧 예수님을 믿는 우리는 예수님의 생명을 선사 받은 사람들이라는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태어난 사람들이며, 여우가 아니라 호랑이처럼, 그 사랑을 실천하는 용감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한 주간, 미사에 참여하며 성체를 받아 모실 때마다 다시 한번 주님의 이 사랑을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처럼 우리 자신은 내어놓음으로 주님을 닮는 아름다운 날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