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부활 시기를 마무리해 나가며, 교회는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말씀하셨던 내용들을 반복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생을 정리하면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겠다고 하시며 우리가 언제나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주님의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라고 권고하십니다. 우리가 주님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주님이 주신 새로운 계명인 사랑의 계명도 지켜나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귀 기울이고 또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지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재키 로빈슨은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야구선수였습니다. 인종 차별이 자행되던 시기에 그는 최초로 야구 타석에 섰던 흑인 선수였습니다. 그가 어느 날 브루클린 구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경기가 한창 진행되던 중 그가 볼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백인 관중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는 그에게 야유를 보내면서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백인 선수인 리즈가 로빈슨에게 다가가 끌어안고 청중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일순간 조용해졌습니다. 이후 로빈슨은 이때를 회상하며 자신의 어깨를 감싸준 동료의 팔이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 주었다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들을 것이며, 그 말씀대로 사랑을 실천할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이 명하신 이 사랑은 감정적인 사랑이 아니라, 의지적이고 노력하는 사랑인 것이며, 크고 영웅적인 사랑이 아니라 아주 작은 그러나 마음이 담긴 사랑인 것입니다. 위 이야기의 리즈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을 끌어안고 토닥거려주는 행위, 손을 한번 잡아주는 그런 사랑인 것입니다. 그러나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이런 사랑을 실천하는데도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나약한 우리에게 당신의 영, 성령을 보내 주시어 사랑할 힘을, 어려운 환경을 받아들일 용기를 주시는 것입니다. 기도하며 주님의 성령을 기다렸던 사도들처럼, 우리도 기도하며 성령을 기다림으로 이번 성령강림 대축일이 우리가 주님 사랑의 증인으로 새로 태어나는 아름다운 날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