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성주간은 우리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통하여 이룩하신 하느님의 구원 신비를 기념하는 가장 거룩한 주간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삶을 본받으며, 그 삶을 우리의 삶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많은 장애와 방해를 이겨내기가 어려운 나약한 인간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주님 성지 수난 주일의 전례 마냥, 우리는 주님을 따르다가도 조그마한 유혹이나 역경이 오면 금방 주님을 외면하고 배신하는 죄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죄 많은 인간에게 이 성주간은 또다시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하며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어떤 교우가 세상을 떠나 심판대 앞에 서게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대는 항상 선했나?” 하느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자기가 살아온 과정을 돌이켜보니 그렇지 않은 교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물으셨습니다. “그대는 항상 의로웠는가?” 역시 아니었습니다. “아닙니다” “그대는 항상 깨끗했는가?” 역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닙니다” 간신히 대답하고 어떤 벌이 내려질 것인가? 숨을 죽이고 있는데 갑자기 환한 빛이 전신을 감싸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서 눈을 드니 예수 그리스도가 옆에 서서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교우를 껴안고 옥좌를 올려다보면서 “아버지, 이 사람은 항상 선하지도 못했고 의롭지도 못했고 깨끗하지도 못했으나 세상에서 이 사람은 항상 저의 편에 있었으니, 지금 이곳에서는 제가 이 사람 편에 서겠습니다”하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흔들릴 때, 우리가 손에 쥐고 ‘호산나’라고 하며 흔들었던 성지(聖枝)를 기억하도록 합시다. 성지는 우리들의 신앙의 표징이요 증인으로 항상 우리 집의 고상 위에서 우리를 보고 지켜주실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3일만 참으십시오. 우리의 주님께서도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지만, 3일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 마냥, 큰 사랑과 자비로운 마음으로 우리를 기다리시며, 우리 편이 되어주시는 주님을 생각하며 다시 주님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아름다운 성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