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우리는 지난 수요일에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재의 예식 말씀을 묵상하며 사순 시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사순 시기는 은혜의 때이며 구원의 때입니다. 그러나 회개하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우리의 삶을 반성하며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가면 주님의 부르심을 외면하며 주님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머리로만 이해하는 신앙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삶의 변화를 통하여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활동하는 신앙인 것입니다.
어느 학교에 공부는 전혀 하지 않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해달라고 기도만 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교수가 아무리 공부하라고 타일러도 그는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루카 11,10)라는 말씀을 외우며 경당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시험시간이 되었습니다. 문제의 답을 전혀 알 수 없었던 그는 “하느님은 다 아십니다”라는 단 한 문장만 써놓고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갔습니다. 담당 교수는 채점 난에 이렇게 썼습니다. “하느님은 다 아시니 100점, 학생은 다 모르니 0점.”
세상에는 믿음으로 산다는 명분 아래 자기 편리한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을러서 노력하지 않는 것을 자신이 세상에 초연하기 때문이거나 믿음으로 살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다 아십니다. 귀찮고 피곤한 일을 슬쩍 뒤로 미뤄두는 것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도, 육신을 핑계로 게으름 피우고 있는 것도…. 새롭게 시작하는 사순 시기, 이제는 잠에서 깨어날 때입니다. 마음속으로만, 또는 입으로만 주님을 따른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혼자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이웃들을 바라보며 그들에게 우리의 손을 내밀어보십시오. 우리의 작은 사랑이 주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웃이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순 시기 말과 생각만이 아니라 우리의 조그만 행동을 통해, 그것이 비록 작은 희생과 봉사 그리고 사랑이라 할지라도, 주님의 십자가를 함께 짐으로 우리 삶에 새로운 부활을 맞이하는 은총의 사순 시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