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7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에 파우스트가 자살하려다가 회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젊을 때는 충실히 신앙 생활했던 파우스트가 그의 학문이 진보하자 교회를 떠나게 되었고 사회에서는 성공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중년에 이르러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벽에 부딪힐 때 낙심하고 자살을 기도하게 됩니다. 독배를 마시려는 순간, 먼 곳에서 부활 성야를 알리는 성당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교회에 다닐 때의 일과 교회를 떠난 후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결국 그는 독배를 내던지고 통곡하며 하느님께 다시 돌아갑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죄를 고백하고 자비를 구하는 사람을 깨끗하게 해 주시고 온전하게 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2015년에 제2차 바티간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기념하여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곧 자비는 하느님 아버지의 본질이며 활동이심을 토마스 아퀴나스의 다음의 말을 빌려 말해줍니다. “자비를 베푸는 것이 하느님의 고유한 본질입니다. 바로 그 자비 안에서 하느님의 전능이 드러납니다.”
주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시며, 우리가 아버지 하느님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데 필요한 요소를 4가지 “심판하지 말라.” “단죄하지 말라.” “용서하라.” “주어라.” 동사로 알려주고 계십니다. 앞의 둘은 소극적인 행동 지침으로서 ‘행하지 말라’는 것이요, 뒤의 둘은 좀도 적극적인 행동 지침으로서 ‘행하라’는 말씀입니다. 앞의 둘을 행하면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그저 그 자리에 머물 것이요, 뒤의 둘을 행하면 우리 안에 심어준 하느님의 형상으로 돌아가 거룩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 때만이 심판과 단죄를 벗어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자비롭고 인자하신 하느님께서는 회개하는 우리를 심판하고 단죄하는 대신 용서하고 사랑을 주시듯이, 우리도 이웃을 심판하지 말고 단죄하지 말고 용서하며 마음을 나눠줌으로 주님의 자비로움을 닮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웃에게 베푼 용서와 자비가 더 큰 용서와 자비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축복된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