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복음 16,12-15
오늘 복음은 우리 내면의 스승이요 위로자신 성령의 역할을 이야기합니다.
복음은 육(인간)이 되어 오신 예수님을 우리에게 알려준다면 성령은 그 복음을 이해하고 살도록 빛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복음 구절, 구절을 먼저 살펴보는 것으로 묵상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너희에게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12)
예수님의 말씀을 감당하는 것(알아듣고 실천하는 것)은 오로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한 예수님의 사랑을 알아들은 후에야 가능할 것입니다.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앞으로 올 일들을 알려 주실 것이다."(13)
성령은 무엇보다도 거짓의 가면을 벗기시는 분이십니다.
앞으로 올 일을 알려주신다는 것은 미래에 닥쳐올 일을 알려주신다는 뜻이 아닙니다.
앞으로 올 일이란 세상을 구원하러 오시는 메시아의 왕국입니다.
곧 진리의 성령께서는 각 시대, 각 장소에서 예수님의 빛으로 현재를, 현 상황을 보도록 해주셔서 일어날 일을 읽어낼(그리스도의 왕국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십니다.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며 들으시는 것만……."(13)
이제 더 이상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으시고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예수님의 말씀이 살아있게 해주십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과 다른 것을 이야기 하지 않으시지만 성령께서는 예수님께서 말로써 표현하지 않은 그것을 알려 주실 것입니다. 사랑은 표현하지 않은 것까지도 알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사랑이시기 때문에 하느님의 마음 안에서 들은 것이 우리마음 안에서 되울리게 해 주실 것입니다. 사랑은 가장 깊이 알아듣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15)
아드님은 아버지와 하나이십니다.
같은 영광, 같은 생명을 가지고 계시며 세상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같은 의지를 가지십니다.
성령께서는 삼위일체의 신비 속으로 우리를 이끄시며 성자로부터 이 모든 것을 받아(14) 우리에게 전해주십니다.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삼위일체는 머리로 알아들어야할 신비가 아니라 체험하고 살아내어야 할 신비입니다.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13)
이 진리란 아버지와 예수님과의 일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하나 되는 이 사랑의 관계를 우리에게 드러내시고 우리도 그 일치 안으로 이끌어 가시는 분이십니다.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17,22)
삼위일체, 이 하나 됨은 체험으로만 알아들을 수 있는 신비이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할 신비입니다.
오늘, 일상의 삶 안에서 이 일치를 어떻게 살 수 있는지를 성령께 여쭈어 보고 그분의 이끄심 따라 구체적 상황을 살아가는 것이 삼위의 신비 안에 들어가는 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듣는 그만큼, 그 사랑을 살아내는 그만큼 이 신비를 알아듣고 그 신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