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부활 2주간 수요일
(요한 3,16-21)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18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의 이름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19 그 심판은 이러하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20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21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짚신장수 아들과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습니다. 그 어머니는 비가 자주 오는 날은 짚신장수 아들을 걱정합니다. ‘비가 자주 오고 날씨가 궂어서 짚신이 안 팔릴 텐데’ 하고 짚신장수 아들 걱정을 합니다. 비가 오지 않고 맑은 날은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합니다. ‘비가 와야 우산을 파는 아들 장사가 잘될 텐데’ 우산장수 아들이 장사를 못해 걱정이 태산입니다. 비가 와도 걱정이고 비가 안 와도 걱정입니다. 날씨가 맑아도 걱정이고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와도 걱정입니다. 걱정뿐입니다.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 얘기의 교훈과 해답도 알고 계실 겁니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장수 아들 장사가 잘되니까 어머니 기분이 좋고, 날씨가 맑은 날은 짚신이 잘 팔리니까 또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이 교훈 안에도 걱정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우산이 잘 팔리면 짚신은 안 팔리는 날이고, 짚신이 잘 팔리는 날은 우산이 잘 팔리지 않습니다. 우리의 관심과 초점,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행여 걱정이 앞서서, 걱정만 가득 차서 주님을 받아들이고 믿는데 장애가 되지는 않는지요? 나의 구원 나의 신앙에 대한 걱정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 걱정, 그것도 진정 다른 사람의 구원을 위해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걱정이 태산일 때가 있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잘 사는가?’, ‘저 사람은 신앙생활을 저래 해도 되나?’, ‘성격이 왜 저런가?’, ‘내가 하는 말을 저렇게 밖에 못 받아들이는가?’
어떤 것을 먼저 생각하고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 이것도 신앙생활에 하나의 작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하시려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먼저 생각하고 다른 걱정은 다 버려도 좋을 듯합니다. '단죄'에 집착하고 걱정하기보다 '구원'에 확신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라는 말씀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악’이나 ‘어둠’보다는 ‘빛’이 우리의 관심과 선택이 되어야 합니다. ‘빛’이 우리를 구원하고, ‘빛’은 언제나 ‘어둠’을 이긴다는 진리를 실천하는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2020년 4월 22일
율하성당 주임신부 최요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