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성금요일
복음서들은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부활하여 하느님 안에 살아 계시다고 믿는 공동체가 그들이 믿고 있던 바를 기록하여 남긴 문서들입니다. 따라서 복음서마다 각별히 조명하는 예수님의 모습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요한복음서의 수난사를 들었습니다. 요한복음서는 하느님의 말씀이 강생하여 사람이 되신 예수님이고,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을 땅에서 이루고 하느님에게로 개선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요한 복음서는 당신 사명을 다 이루신 예수님이 하느님에게로 가시는 장엄한 행보로서 수난사를 기록합니다. "예수께서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된 것을 아시고"(13,1), 제자들과 이별의 만찬을 하셨다고 말합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가...땅을 흠뻑 적시어 싹이 돋아 자라게 하듯이...내입에서 나가는 말도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뜻을 성취하고 나에게로 돌아온다.”(이사야55,10-11)
요한복음서는 이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하늘에서 내려오신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님이 하느님이 주신 사명을 다 이루고 하느님에게로 장엄하게 돌아가시는 것으로 기록하였습니다.
예수님은 분명 하느님의 아들이셨고, 완전한 한 인간이셨습니다.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을 모두 온전히 가지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제자들을 데리고, 게쎄마니에서 기도하실 때,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당신을 죽인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위해서 죽어주신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몸을 제물로 내어놓은 신(神)이십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외아들이 바로 나를 위해서 죽으십니다.
어느 신이 나를 위해 죽어줄 수 있겠습니까? 어느 누가 나를 위해서 나를 원망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지도 않고, 기꺼이 죽어줄 수 있겠습니까? 그런 벗을 단 한 명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분명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를 벗이라 불러주고, 우리를 위해서 기꺼이 죽음을 마다하지 않으시는 분을 모신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입니까?
새로운 생명과 구원을 열어주시는 분, 새로운 삶을 열어주시는 분을 모신 우리는 세상 누구보다 부러울 것 없고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2020년 4월 10일
율하성당 주임신부 최요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