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8주일 <바른 말, 고운 언어는 천국의 싹입니다.>

(집회 27,4-7; 1코린 15,54-58; 루카 6,39-45)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 중 일부분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점점 기억력이 약해진 우리가

무언가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말이 막혀 대화가 잘 안될 때면

기억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좀 내어주지 않겠니?

그래도 혹시 우리가 기억을 못해 내더라도

너무 염려 하지는 말아다오.

왜냐하면 그 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너와의 대화가 아니라 우리가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이고,

우리의 말을 들어주는 네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말은 사회적인 약속입니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일부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고 거부감을 갖게 된다면

약속에 위반하는 일입니다.

 

달아날 구멍을 준비하는 말,

가장 위해주는 척하면서 뒤통수치는 말,

양다리 걸치는 말...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마구 해대는 폭로와 비방,

남에게 책임을 다 떠밀고 저만 살고 보자는 독선,

같이 죽자고 물고 늘어지는 억지가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 속에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확한 표현을 위해 적합한 단어를 찾는 노력이 사라졌습니다.

막말만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벌거벗은 말, 독차지하는 말,

독이 되는 말을 스스로가 다듬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러시아에는

말은 빵을 씹는 것보다 더 잘 씹어야 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자기 말에 대한 책임감을 잘 일깨워 줍니다.

을 길게 발음하면 마알이 됩니다.

마알, 즉 마음의 알갱이라는 뜻입니다.

한 번 뱉으면 다시 담을 수 없는 말,

그 속에는 마음의 알갱이가 담겨있습니다.

 

한 가지 여러분의 생각을 묻겠습니다.

살아가면서 말이 없어서 당하는 고통이 더 크던가요.

아니면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들었을 때가 훨씬 고통스럽던가요?

말 안하고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말을 참는 것이 덜 고통스럽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을 못해서 고통스러운 답답함보다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 후에 겪는 고통이 크다는 것을

숙지하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작가 게오르규는

언어는 어느 무엇보다 탁월한 무기이며 원자폭탄보다 무섭다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가벼운 입을 앙 물고서라도

무겁게 사용해야 할 이유를 오늘 독서와 복음은 너무나 상세히 설명합니다.

인생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주님의 선하심으로 우리의 오늘이 허락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주신 승리의 시간들을 사탄에게 조종당하여 헌납하여

죽음의 독침이 삼키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합니다.

 

주님께서 세상에 오심은 우리에게 더 가까이에서 말씀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분을 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말의 사용을 철저히 고민하고 가려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만드는 일보다 훨씬 더 힘들게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세상 창조는 말씀 한마디로 이루셨지만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는 버리고
낮아지고 생명까지 바치는 하느님의 온 것을 사용하셔야 했습니다.
오늘 우리들이 하느님께 귀하고 귀한 이유입니다.

그렇게 아낌없이 쏟아내신 사랑에 걸맞게

주님께 귀한 존재로 살고 계십니까?

선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우리 안에 심겨진 말씀을 제대로 자라게 해야 합니다.
바로 그 말씀이 우리를 살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랑의 언어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바른 말, 고운 언어는 천국의 싹이기 때문입니다.

 

기도합시다.

 

우리는 바른 말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표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바르고 옳고 좋은 말을 가르치는 어른으로 살지 못했습니다.

이제 어른들이 먼저 바르고 고운 언어를 사용하여

말씀의 본이 되게 해 주십시오.

하여 이 땅이

천국의 언어가 생동하며

천상의 화답으로 가득하도록 이끄는 복음의 씨알이 되게 해 주십시오.

말씀이신 우리 주 예수님을 통하여 기도드립니다. 아멘

  • 주님의기도젬마 2019.03.04 09:50
    때로는 한마디의 말이 사람을 살릴수도
    때로는 한마디의 말로서 사람을 죽일수도 있는
    엄청난 독이 되는 무기가 될수도 있겠지요...
    하늘나라를 그리워하는 하늘시민 이라면 ...
    언제나 사랑이 들어있는 언어로 이웃에게 주님을 전할수 있어야 함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아멘!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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