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군거렸다."
하느님을 믿으면서 우리는 아주 많은 걱정들을 합니다. 우리의 부족함이 하느님의 구원에 모자라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맘이 하나 가득입니다. 그 걱정에 하나 마음에 자리를 잡으면 우리에게 주님은 가장 두려운 분이 됩니다. 우리는 아주 세게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를 외치지만 기억은 마음에 상처를 냅니다. 그렇게 주님의 말씀은 그냥 우리를 스쳐 지나가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 그런 우리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듯 등장합니다.
그때에 제자들이 빵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 그들이 가진 빵이 배 안에는 한 개밖에 없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하고 분부하셨다. 그러자 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군거렸다.
예수님의 제자들의 소홀한 준비 때문에 배에 올라 출발을 했을 때 먹을 빵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을 듯 합니다. 그들의 반응을 보면 말입니다. 예수님이 누룩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제자들은 그제야 누룩으로 부풀어 오른 빵을 머리에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빵을 기억에서 찾기 시작합니다.
상상해보면 예수님은 이야기를 계속하시고 제자들은 이미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지금 자신들이 잘못한 것만 존재합니다. 주님은 그들을 보는데 그들의 눈에는 초점이 사라지고 맙니다. 주님이 그것을 모르실리 없습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느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느냐? 내가 빵 다섯 개를 오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 빵 조각을 몇 광주리나 가득 거두었느냐?”
“열둘입니다.”
“빵 일곱 개를 사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에는, 빵 조각을 몇 바구니나 가득 거두었느냐?”
“일곱입니다.”
예수님의 이야기는 멈춰지고 예수님은 제자들의 기억을 떠올려 주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대답을 하면서 기억을 되살립니다. 하지만 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잘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걱정을 지우는데 꽤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자들의 모습에 주어지는 말씀이 안쓰럽습니다.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사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이었습니다. 곧 율법으로 사람을 죄로 만들어 버리는 그들의 과장된 모습과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하느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으로 하느님을 다시 해석해 버리는 것에 대한 경고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배에서 그 주제만 들었습니다.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게 모두 빵 때문이라는 것이 허탈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그렇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가 누구를 믿고 있는지도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에 대한 걱정 때문입니다.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말하고, 또 구원의 길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손길이 아닌 우리 자신의 부족함으로 부터 출발한다면 우리는 이내 허물어지고 누구든 무서운 주님을 말하고 심판의 불안감을 말하는 이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빵을 가져오지 않은 제자들. 주님은 전혀 생각지 않으시는데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들처럼 있습니다.
그들이 대답했던 열두 광주리와 일곱 광주리의 양식이 주님의 마음인데도 그들은 여전히 빵 하나를 들고 걱정을 합니다. 좀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밖에 못하는 우리도 고생이지만 그걸 보면서 할 말을 잃어버린 주님의 마음이 느껴지는듯 답답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