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를 돼지들에게 보내시어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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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하루 앞둔 오늘 복음은 어떻게 생각해도 생각해볼 여러 부분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정화 사건은 처음에는 사람을 그리고 부정한 짐승이었던 돼지들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런 반면 자유를 얻은 더러운 영의 사람은 사람들에게 위협이자 도움을 주던 사람이었음이 드러납니다. 그가 있는 길로 아무도 다니지 않은 통에 사람들은 부정한 짐승을 키우며 살았던 모양입니다. 안식일도 아닌 날 예수님이 하신 이 선하고 좋은 일은 결국 예수님이 동네에서 거절당하고 쫓겨나시는 이유가 됩니다. 

우리 안에서 활동하셨던 예수님의 모습과 그에 맞서는 마귀의 모습,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태도를 모두 각각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복음입니다.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호수 건너편 게라사인들의 지방으로 갔다. 예수님께서 배에서 내리시자마자,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마주 왔다. 그는 무덤에서 살았는데, 어느 누구도 더 이상 그를 쇠사슬로 묶어 둘 수가 없었다. 이미 여러 번 족쇄와 쇠사슬로 묶어 두었으나, 그는 쇠사슬도 끊고 족쇄도 부수어 버려 아무도 그를 휘어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밤낮으로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치곤 하였다. 


 

마주친 사람은 자신을 고통에 가두고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그의 온 몸은 상처였고 그의 거친 몸부림에 누구도 그에게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예수님의 길은 영문도 없이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는 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때 예수님과 그 사람이 마주칩니다. 


 

그는 멀리서 예수님을 보고 달려와 그 앞에 엎드려 절하며, 큰 소리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느님의 이름으로 당신께 말합니다.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마귀는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가 이제 이 사람에게서 나가야 함을 압니다. 그의 저항이라고 해봐야 예수님께 자신을 괴롭히지 말아달라는 엄살 섞인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것을 빨리 포기하고 다음 할 일을 찾습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가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 자기들을 그 지방 밖으로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청하였다. 마침 그곳 산 쪽에는 놓아기르는 많은 돼지 떼가 있었다. 그래서 더러운 영들이 예수님께, “저희를 돼지들에게 보내시어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 허락하시니 더러운 영들이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천 마리쯤 되는 돼지 떼가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리 달려, 호수에 빠져 죽고 말았다.


 

사람에게서 어이 없이 쉽게 빠져 나온 마귀는 다음 행선지를 예수님께 청합니다. 그분의 허락으로 그들은 돼지떼에 뛰어들어 그 많은 돼지 떼를 다 죽음으로 내 몰아버립니다. 사람을 버리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던 부정한 짐승에게 해를 끼쳐 사람들을 자극합니다. 사람들은 이 더러운 사람의 활약 덕분에 이 돼지 떼들을 키울 수 있었고 예수님은 사람도 부정한 일의 사람들의 삶도 한꺼번에 깨끗히 만드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예수님의 일이었고 마귀는 그 와중에도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예수님의 일에 방해를 가합니다. 그리고 마귀의 자신감이 보입니다. 그는 돼지와 함께 희생한 것이 아니라 돼지를 희생시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장본인으로 예수님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옳고 그른 일 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에 두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만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마귀였습니다. 어쩌면 그는 한 사람을 괴롭힘으로써 사람들을 죄로 내 몰다 한 사람을 버리고 그 악한 사람들을 이용해 살 궁리를 한 셈입니다. 


 

돼지를 치던 이들이 달아나 그 고을과 여러 촌락에 알렸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고 왔다. 그들은 예수님께 와서 마귀 들렸던 사람, 곧 군대라는 마귀가 들렸던 사람이 옷을 입고 제정신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겁이 났다. 그 일을 본 사람들이 마귀 들렸던 이와 돼지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예수님께 저희 고장에서 떠나 주십사고 청하기 시작하였다. 


 

때로 마귀의 도움으로 사는 삶인 듯 싶은 인생이 있습니다. 그것이 사람에게 성공을 가져다 주고 다른 이들보다 상대적인 부와 명예와 권력과 쾌락을 가져다 준다면 사람은 조금 비겁하더라도 그 배경에 기대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가난하고 힘든 인생일 수록 그 유혹은 달콤하고 절실하기까지 합니다. 


 

누군가 정의의 이름으로 또 옳고 선한 뜻을 내 밀어도 그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 앞에서 주님도 거절하고 마는 사람들이 됩니다. 그들에겐 이제 마귀들린 사람도 없고 놓아 기르던 돼지 떼도 없습니다. 마귀도 떠났고 그들은 예수님도 떠나게 만들려 합니다. 


 

그리고 이제 예수님도 그들 곁을 떠나게 되십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마귀 들렸던 이가 예수님께 같이 있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그래서 그는 물러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해 주신 모든 일을 데카폴리스 지방에 선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예수님의 마귀의 의도와 관계 없이 당신의 뜻을 그대로 지속하십니다. 예수님은 더러운 영에 시달리던 사람에게 온전한 삶을 돌려 주시려 하십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집이요 가족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가 하느님 덕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음을 알려 그가 깨끗해졌음을 확인시키려 하십니다. 마치 나병환자를 사제에게 보내듯 말입니다. 


 

사람들의 삶이 보여주는 모습은 충격에 가깝습니다. 그들도 이스라엘 사람이었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사람들이었을테지만 그들은 악에 기대어 함께 나쁜 일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마귀도 예수님도 없는 상황 이후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이 스스로 밀어낸 것은 예수님이셨고 그들에게 잃어버린 것은 돼지 떼였습니다. 그러므로 마귀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귀에서 벗어난 사람은 사람들에게 왕따가 될 것이 뻔하고 미움까지 받았을 것입니다. 더 완벽하게 나빠진 상황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 


 

그런 우리의 삶 위에서 삽니다. 하느님을 믿으면서도 정직하기 보다는 우리가 살 수 있는 조금 비겁한 방법에서 위안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암묵적으로 서로 동의하며 눈 감아 줍니다. '사람이 그렇지 뭐'라고 사람 자체를 죄 많은 구제불능의 인생으로까지 만들면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러운 영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을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모두가 다 그렇게 한다고 말하며 살기 위해서라고 나쁜 일에 눈을 감거나 동의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도 그에게 해 주지 않은 이야기 곧 '주님께서 그를 사랑 하신다 '는 사실을 전하고 사람들에게 밀려나신 예수님이 끝까지 지키셨던 그 한사람의 가치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하루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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