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4주일 <예수님을 아신다고요?>

(예레 1,4-5.17-19; 1코린 12,31-13,13; 루카 4,21-30)

 

루카 복음을 읽으면 똑같은 이야기일지라도

글 솜씨에 따라 얼마나 맛깔날 수 있는지,

얼마나 느낌이 달라지는지 필력의 감도를 배우게 됩니다.

눈앞의 그림처럼 펼쳐내는 루카의 글 솜씨가 참 부럽습니다.

 

그날 사건도 마태오와 마르코는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간략히 지나친데 비하여

루카는 왜,

어떤 이유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덕분에 화를 잔뜩 낸 그들의 속내를 엿봅니다.

덕분에 그들의 분노를 이해하겠다 싶습니다.

 

우리는 본인의 허물을

누군가에게 지적당할 때의 기분을 모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예수가 배운 것도

잘난 것도 없는 처지인 줄 뻔히 알고 있는데,

잘난 척, 자기네 구린 속을 까발려대니 발끈했을 터입니다.

잔뜩 언짢아진 기분에 안다는 선입견이 보태져

그들 감정에 큰불이 일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됩니다.

 

이리 마음마음들을 살피니

더욱 예수를 알고 있다는 편견이

그들을 드세고 억척스런 군중으로 몰아간 것이 분명타 싶습니다.

마침내 들고 일어나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아 가는 의기투합으로,

벼랑까지 끌고 가 떨어뜨리려는

폭동으로 발전된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웃을 배경과 외양으로 판단해대는 우리네 속성,

나보다 잘 되는 동료를 보면 비위가 뒤틀리는

못난 우리 모습인 듯하여 불편해집니다.

 

그들처럼 말씀에 놀라워할 뿐 믿지 않는,

언제나 한결같이 일방적인 축복만 철철 쏟아져 내리길 원하는

우리와 너무나 닮았기에 참으로 그러합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

가진 것들이

우리 영혼을 경직시키고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오만하고 굳은 편견이야말로

삶과 믿음의 길에 가장 큰 장애물임을 깨닫습니다.

진리를 향한 길에서 안다는 선입견은 최대의 훼방꾼임을 명심하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믿음이란

단순히 감동하는 마음을 넘어

그분처럼 사랑하는 일로 증명되는 지엄한 진리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사랑이란 실망하고 투덜대고 화를 내고 나무라기 전에

주님처럼내 온 것을 내어주고 물러서는 엄청난 희생임을 선포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랑을 도무지 실천할 수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그런 헌신이라니,

생각만 해도 힘듭니다.

무조건적으로, 일방적으로 사랑을 쏟아 주라니, 정말 자신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수없이 좌절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합니다.

자신의 좁아터진 마음이 부끄러워

스스로 유감스러워 늘 죄송해 합니다.

한마디로 주님 앞에서는 늘 풀이 죽고 작아지고 어깨가 처집니다.

바오로 사도의 놀라운 사랑 강의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주제,

그분 말씀을 실천할 생각만 하면 갑갑하고 답답해지는 마음,

기막힌 사랑을 꼭 실천하고 싶으나

여력이 없는 자신의 약함을 고백할 뿐입니다.

주저앉아 참회기도만 주절댈 뿐입니다.

 

오늘 이렇게 기죽어 지내는

우리 모습을 보시는 예수님 마음이 어떠실지 헤아리기를 청합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우리의 모자람을 모두 아시고

우리를 선택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이제는 눈앞의 현실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굳은 믿음의 소유자로 우뚝서기 바랍니다.

자기 코가 석자일지라도,

눈앞의 이익이 오락가락하더라도

먼저 주님을 기억하게 되기 바랍니다.

 

내친김에 믿음생활을 한다면서도

일일 연속극을 보는 시간보다 짧았던 기도시간을 참회하기 바랍니다.

내 편견으로 그분의 뜻을 조작했던 잘못된 믿음에서 탈출하기 원합니다.

 

루카 사도는 오늘 주님의 뜻을 한 귀로 듣고

속절없이 흘려 버리는 일이 얼마나 고약한 결말을 초래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분의 말씀을

내 맘에 따라서

내 생각에 의해서 판단하고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그날 주님께서는

나자렛 사람들의 완고한 마음을 변화시켜주지 않으시고

그저 떠나가셨다는 점을 깊이 새기라는 당부라 듣습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시려고

갖은 힘을 쏟으시는 분,

매일매일 사랑을 배워 연습하여 익히도록 훈련하시는

그분의 은총을 거부하는 어리석음이

우리의 선택으로 좌지우지된다는 따끔한 경고입니다.

 

믿음의 두께도

삶의 질도

모두 내 맘먹기에 따라 변화된다는 것,

믿음을 선택한 이에게 주어진 놀라운 자유의 힘입니다.

예수님을 더 잘 알기 위해서

사랑을 상세히 배워

일일이 연습하는 우리이기를 기도합니다.

  • 주님의기도젬마 2019.02.11 21:54
    주님의 사랑을 열심히 배워서 ..이웃과 함께 하며 그분의 사랑을 전파하길 지혜와 용기를
    청해 봅니다....신부님 좋은 묵상말씀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