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부활 제5주일 <한 눈 팔지 맙시다>

(2020. 5. 10 사도 6,1-7; 1베드 2,4-9; 요한 14,1-12)

 

사도 요한이 전하는 주님의 말씀이 어찌나 따스한지

좀 더 진솔히 느끼려고 눈을 감았습니다.

너희는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렇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고스란히 믿고 따를 수만 있다면

마음이 산란해져서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거릴 리가 없을 것입니다.

때문에 더욱 주님의 말씀이 마음에 울립니다.

지금도 불쑥 불쑥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날뛰는 마음을 단속하라는 의미로 들립니다.

교회는 거룩한 공동체입니다.

하지만 이 말의 의미는

교회가 거룩한 사람들로만 구성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교회가 거룩한 것은

교회를 거룩하게 만드시는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함께하시는 주님의 성령 덕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모자란 인간의 모임일 뿐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모자란 인간들을 위해서 스스로 길이 되셨습니다.

그 길을 밝히는 빛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계시며

일일이 이끌어주는 방향타가 되어주십니다.

 

문제는 주님께서 펼쳐놓으신 생명과 진리의 길이

탄탄대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 길은

삶이 아파서 울고 있는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참기 어려운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착취당하고 배척당하는 힘없는 이들에게로 이끌어간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눈꼴이 사나워서

마주하기조차 싫은 바로 그 사람에게로 곧게 뻗어있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주님께서 이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것을 요구하신다는 점입니다.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할 것을 명령하신다는 점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고

매사에 속을 터지게 하는 바로 그 사람에게도

당신처럼 낮은 마음으로 사랑할 것을 청하신다는 점입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결코 간단치가 않은 일입니다.

바로 여기에

거룩한 하느님의 교회가 된 그리스도인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계명을 무시할 생각이 결코 없으며

주님의 명령을 등지고 살아갈 마음도 갖지 않으며

주님의 뜻을 묵살하려는 뜻은 전혀 아닌데...

입이 눈이 손이 마음이 움직여주지를 않는 것입니다.

주님의 뜻이 애매하다고

뒷걸음치며 변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겉으로만

그리스도인인 하는 못난 꼴을 보이고 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천국을 향한 주님의 여정에 들어선 사람입니다.

오직 믿음으로

오직 사랑으로

오직 희망으로 꾸준히 그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이 그리도 흔히 그 길에서도 딴전을 피우는지요.

눈앞의 것들에 현혹당하여 교회의 본분을 잊고 지내는지요.

딱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입니다.

그날 주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제자들이

너무나 답답해서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는 무어라 말씀을 하실지...

염려스럽기만 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몸인 교회를

이 못난 우리에게 몽땅 맡겨주셨습니다.

마치 우리가 아니면 당신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당신의 전부를 던져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한 마디로 주님을 모신 교회가 되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길을 또박또박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한 눈 팔지 않고 곁눈질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진리와 생명의 길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빛이신 그분께로 정조준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날 그토록 어리석었던 제자들을

용감무쌍한 진리의 투사로 변화시킨 것은 성령의 능력입니다.

제자들의 변화된 삶은

허접한 우리들도 얼마든지 변화 될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입니다.

더해서 주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우리에게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라는 엄청난 약속을 주셨습니다.

성령에 의지하여 힘냅시다.

다만 그 길에서 한 눈 팔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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