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23호 2016.12.11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인내를 갖고 기다려라

대림 제3주일 (마태 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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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대제국을 형성한 아시리아는 기원전 722년 북 왕국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뒤 남 왕국 유다로 진군해 들어옵니다. 그러자 유다 임금 히즈키야는 이집트에 원군을 청합니다(이사 36,6). 이런 분위기에서 이사야는 이집트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오직 하느님께만 의지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러면 시온은 구원받고 아시리아는 멸망하리라고 예언합니다(이사 31,1-9).

이스라엘은 어려운 상황이 될 때마다 하느님보다 세상 것들에 의지하곤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특히 자주 의지하던 곳이 이집트입니다. 이사야 때뿐만 아니라 예레미야 시대에 바빌론이 쳐들어 왔을 때에도 유다 임금은 이집트에 의지하려 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이집트 땅에서 빼내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집트에서 먹고 즐기던 고기를 잊을 수 없었나 봅니다. 히즈키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사야가 예언했던 것처럼 이집트에 기댄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히즈키야는 모든 땅을 빼앗긴 뒤 예루살렘 도성에 갇히게 되는 수모를 겪습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끝장난 듯 보이는 분위기 속에서 이사야는 다시금 하느님께 의지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모두에게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위해 복수해 주실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오늘 1독서에서 이사야가 전하는 바도 바로 이점입니다. 이스라엘이 오직 하느님께만 의지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으실 것입니다.

예루살렘에 갇혀 있던 히즈키야에게 이사야의 예언은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히즈키야는 이사야의 예언을 받아들여 하느님께 의탁합니다(이사 37,14-20). 그러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이 일어납니다. 주님께서 이사야를 통해 이야기하신 것처럼 아시리아 군대가 예루살렘 포위를 풀고 물러납니다. 성경은 이를 두고 주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전합니다(이사 37,36-38). 오늘 1독서가 이야기하듯이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복수해 주셨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사야의 예언은 기원전 8세기에 벌어지던 시대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곧, 이사야가 살아가던 시대에 대한 예언입니다. 하지만 이사야의 예언 안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계획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사야 자신도 알지 못하던 새로운 시대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이루어지게 될 참된 하늘 나라, 곧 하느님께서 통치하시는 나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통해 비로소 이사야가 예언하던 하느님 정의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밝히십니다. 세례자 요한도 이 점을 정확히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바로 이사야가 예언한 메시아이시며, 그분에게서 새로운 시대, 곧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받아들이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처럼 당신이 다시 오실 날 모든 것이 완성되리라고 믿고 기다리는 이들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다시금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 반드시 다시 오실 것이니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라고 말입니다.

대림시기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라는 가르침을 듣고 있습니다. 그만큼 언제 오실지 모르는 주님을 기다린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그 말씀으로 교회가 주님을 기다린 지도 2000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래서 기다림에 다소 지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 시작이 있으면 마침이 있습니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믿는 바는 분명합니다.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며 인내로이 그때를 참고 기다리는 이들은 반드시 하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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